주차 할인 투표 확인증 '뚜벅이族' 서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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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도입한 투표 확인증에 대한 실효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뚜벅이 족(族)’들의 아쉬움이 특히 컸다.

대부분의 혜택이 주차 할인에 치우쳐 있어 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시민들에게는 투표 확인증이 거의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윤모(31·서울 성동구)씨는 “박물관 등은 평소 잘 찾는 곳은 아니어서 가지 않았고, 자동차도 없어 특별한 혜택을 보지 못했다”며 “(확인증을) 버리기는 아까워 그냥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36·서울 송파구)씨는 “할인 혜택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서민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국공립시설 문화기관 할인혜택의 폭도 생각보다 적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확인증을 갖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국가 및 시도 지정문화재, 능원·유적, 공영주차장에 가면 이용료 면제 또는 2000원 이하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서울 시내 고궁은 제외됐다. 서울의 경우 할인대상 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 단 한 곳에 불과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은 선거일인 9일에만 할인 혜택이 적용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주차 할인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며 “국공립 시설 할인 혜택에 대해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각 기관들이 주차 할인 혜택이 편리하다고 해 이같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또 “고궁을 할인 혜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 재정적 문제 등과 맞물려 고궁 측이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시작한 것이다 보니 논란도 있겠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실효성을 논하기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위해 총 2700만장의 투표 확인증을 준비했으나 이날 실제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유권자 3780만명의 46%인 1739만 명에 불과해 약 950만장의 투표 확인증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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