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여>간 큰 남자-여성푸대접 역설적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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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너 참말로 간도 크구나.』 어릴적 과감하게도 어머니의 심부름을 거부하고 들었던 소리다.그런데 요즘에는 결혼한 남자들이 아내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하지만 그런말을 듣는 이유가 너무도 황당하다.
「늦게 돌아와서 밥차려 달라는 남편」「아내가 TV를 보는데 허락없이 채널을 돌리는 남자」「아내 외출할 때 어디 가느냐고 묻는 남자」「아내가 늦게 귀가했을 때 왜 늦었냐고 묻는 남자」…. 물론 웃자고 하는 말일테지만 곰곰 생각해 볼 문제다.대부분의 남자들은 『언제부터 남자의 권위가 이 지경으로까지 추락했는가』라며 개탄한다.그러나 나는 이들 우스갯소리가 오히려 남성들과 동등하게 평가되지 않고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 농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부부나 남편위에 올라 이같은 지위를 누리는 아내가 과연 얼마나 될까.오히려 여성들의 소망을 재치 가득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간 큰 남자 시리즈」의속뜻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따라서 남자들은 「간 큰 남자 시리즈」의 역설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아내들을 위해 진정으로 간이 큰 남자가 될 필요가있다.아내가 외출할 때 『어디 가느냐』고 묻기 이전에 숨겨놓은비상금을 조용히 꺼내 『마음껏 쓰라』고 전해주 는 남편.
아내가 늦게 돌아 왔을때 『당신 왜 이렇게 늦었어』라고 화내기보다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제대로 놀기는 논 거야』라며아내를 이해해주는 남편.바로 이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간 큰 남자가 아닐까.
〈24.경인광학 영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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