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경쟁"선언한 金元基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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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원기(金元基)부총재가 김대중(金大中)고문과 경쟁을 선언했다.金고문의 정치적 그늘에서 커온 金부총재는 28일 이제 3金씨의 시대가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출신인 金부총재가 金고문을 경쟁상대로 선언한 것은 세대교체를 위해 나서겠다는 뜻이다.金부총재는 金고문을 포함한 3金씨를「민주세력 분열과 지역분열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으로규정하고,『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 했다.
이것은 3金을 주축으로 한 다른 3당과 대결하는 민주당을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의미다.그 세대교체의 깃발을 자신이들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민주당은 신당 창당을 막고 민주당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그러나 金부총재는『신당 창당이 기정사실이 돼 버렸다』고 규정하고,『신당과 민주당은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마지막 수순에 들어선 신 당은 이미 우리의 경쟁상대』라고 주장했다.
金부총재의 선언은 신당을 겨냥하는 것 이상으로 당내 체제정비를 염두에 둔 것이다.지역 분할에 대한 저항과 세대교체의 깃발이 앞으로 당권 경쟁의 주도권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계산이다.
이것은 또 구당파가 이기택(李基澤)총재에 대한 즉각 사퇴 요구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金부총재가 이렇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목소리를 포괄하고 있던 구당파가 정리됐기 때문이다.
구당파 안에서도 가장 다른 목소리를 내던 김근태(金槿泰)부총재가 원외 계보인 국민회의 논의를 거쳐 신당으로 가기로 입장을정리한 것이다.
김근태부총재는 정치권에 입문하자마자 기성정치인들의 명분없는 줄서기 강요에 굴복하는 것이 싫었다.때문에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28일 결국 신당을 기정사실로 인정했다.분당이 불가피하다면 그로서는 이기택총재보다 金고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재야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원내로 진출시키려면 그나마 DJ의 신당이 낫다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잔류민주당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생(共生)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의 얼굴을 누구로 세우느냐는 이기택총재.김원기.이부영(李富榮)부총재등 제각기 생각이 다르다.
김원기부총재의 DJ에 대한 도전은 따라서 먼저 민주당 내의 경쟁에서 이긴뒤에나 취해야 할 목표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잔류민주당마저 당권 다툼을 벌이다가는 3金씨의 거센 지역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따라서 이기택-김원기 공동대표나 대표 자리를 비워두는 과도체제도 거론되고 있다.얼굴은 외부에서 영입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타협안도 당권주자들이 모두 마음을 비울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아직 잔류민주당의 당내 사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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