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수석전략가 사임 … 힐러리 “꼬인다, 꼬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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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선 가도에 또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선거 캠프의 수석 전략가 마크 펜(54·사진)이 ‘콜롬비아 스캔들’로 6일(현지시간) 급기야 물러났기 때문이다.

펜은 힐러리 캠프에 합류한 뒤에도 거대 홍보회사인 버슨 마스텔라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계속해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그가 주미 콜롬비아 대사를 만난 게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의 원활한 타결을 위해 지난해 30만 달러(약 3억원)를 주고 이 회사와 계약을 했다. 문제는 힐러리가 일자리에 민감한 저소득층 유권자들을 의식해 FTA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22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실업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많아 반FTA 정서가 유독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펜의 행동이 드러나자 클린턴 부부는 발끈했다. 결국 펜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캠프를 떠나게 됐다고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이 7일 보도했다.

펜의 패착은 그뿐이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진두지휘해 온 대선 전략에도 실수가 많았다는 게 캠프 안팎의 지적이다. 경선 초기부터 힐러리의 ‘경험과 능력’만 지나치게 앞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유권자들은 오바마의 신선한 인간적 매력에 더 이끌렸다. 결국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패배 후 눈물을 내비치며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낸 뒤에야 힐러리의 인기가 반등했다는 게 캠프 내의 분석이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대의원 수가 많은 대형 주에만 집중하느라 소형 주들을 소홀히 한 것도 전략적 실패로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바닥을 훑고 다녀 더 많은 주에서 승리한 오바마가 대의원 수에서 1629명 대 1486명으로 힐러리를 크게 앞섰다(수퍼 대의원 포함, 7일 CNN 집계치 기준).

이에 따라 펜의 경질설이 빈번히 나돌았지만 힐러리는 오랜 인연 때문에 쉽사리 그를 내치지 못했다. 펜은 1996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시 선거 캠프에 들어온 뒤 클린턴이 르윈스키 사건으로 탄핵 재판을 받을 때까지 매끄럽게 일을 처리했다. 그의 충성심을 높이 산 힐러리는 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 펜을 다시 등용했지만 용병술이 실패했음이 확인됐다.

한편 보스니아 방문과 관련된 거짓말 논란에 이어 힐러리의 말실수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ABC방송은 5일 “힐러리가 최근 유세 도중 건강보험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단골로 드는 사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임산부가 치료비 100달러가 없어 오하이오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뒤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게 힐러리의 주장. 그러나 해당 병원이 힐러리 캠프에 “그 임산부는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사망 전까지 병원 치료도 받았다. 더 이상 그 얘기를 언급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방송은 또 “힐러리가 과거 오바마보다 먼저 이라크전에 반대했다는 이상한 논리를 폈으나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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