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연료 인플레-한국영화 히트 고액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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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단15분 출연에 1억원」.그동안 쌓아온 연기력과 인기를 고려해야 한다지만 최근 극소수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꼬리치는 남자』에서 1억원을 손에 쥔 박중훈은 9월에나 촬영에 들어갈 『현상수배』에서도 이미 1억원을 받아 놓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데뷔작 『닥터봉』에서 5천5백만원을 받았던 한석규는 이번에 『은행나무침대』에서 단숨에 1억원대 배우가 됐다. 올봄 히트작 『테러리스트』에서 1억원을 챙긴 최민수의 경우는 『리허설』로 1억3천만원을 받는다.이는 국내 영화출연료로는최고가.강수연과 같고 『마누라죽이기』의 최진실보다 1천만원 많다. 출연료 인상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진 안성기도 이번은 예외가 아닌듯.『헤어드레서』에서 1억원을 받아 드디어 「억대」에들어서게 됐다.그러나 그의 영화계 경력으로 봐서 단 두편으로 억대를 넘은 한석규에 비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최근의 출연료 인플레현상은 과거와 달리 남자배우들이 주도하고 있는게 특징이다.사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우들의 출연료가 불쑥불쑥 오르진 않았다.그러던 것이 여름시즌을 지나면서 한국영화들이 속속 흥행에 성공하고 그 여파가 올봄 부터 출연료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영화계는 보고 있다.
일부 영화사들은 『확대재생산을 위해 몸값을 하는 배우라면 출연료를 올려줘도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배우들이 과연 몸값을 하고 있느냐다.전체영화제작비에 출연료가 너무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영화의 다른 부분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예를 들어 오병철프로덕션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강수연 1 억3천,심혜진1억,이미연 3천만원을 비롯해 중량급 조연 출연료를 합쳐 물경3억5천만원이 출연료로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영화의 평균제작비가 7억~8억원 정도니까 이 영화는 전체제작비 중 거의 절반을 출연료로 쓰고 있는 것이다 .
이같은 고액출연료는 스태프나 조.단역 배우들과 비교할 때 더욱 지나친 감이 든다.4~5명이 팀이 되어 3~5개월 꼬박 매달리는 연출부의 경우 고작 1천2백~1천5백만원의 보수가 주어진다.촬영.조명.녹음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지방배급업자들과 비디오판권을 구입하는 비디오사들이 아직도 톱스타 출연을 전제로 달고 있고,톱스타에 의존하려는영화사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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