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 강한 인덱스 펀드도 맥 못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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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이런 ‘상식’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 1분기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64%. 코스피 지수(-10.18%)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지만 일반주식형(-7.91%)에는 미치지 못했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일반주식형 230개 가운데 인덱스형의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친 펀드는 60개에 불과했다. 4분의 3 확률로만 잘 골랐어도 인덱스 펀드보다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아직까지 국내 펀드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펀드 매니저가 잘했든 돈의 힘으로 밀어붙였든 간에 일반주식 펀드가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삼성증권 김휘곤 펀드 애널리스트는 “변동성을 감안해도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인덱스 펀드가 특별히 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조금 더 신경써 펀드를 고르고 사후적으로 철저히 관리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 1분기를 제외하고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의 성과를 분석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인덱스 펀드는 강세장에서 약하고 약세장에선 강한 면모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각각 54%, 32% 오른 2005년과 2007년에는 인덱스 펀드가 일반주식 펀드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뒤진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대로 시장이 각각 9%, 4% 오르는 데 그친 2004년과 2006년에는 인덱스 펀드가 일반주식 펀드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앞섰다. 2006년에는 일반주식형 펀드의 70%가 인덱스형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냈다. 강세장에선 주식형만큼 화끈하지 못했지만 약세장에선 선전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장기 투자자에게는 인덱스 펀드가 낫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장기 투자에선 오를 때 많이 버는 것보다 떨어질 때 덜 까먹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투신운용 서경석 인덱스운용본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인덱스 펀드는 시장과 거꾸로 가는 선택을 할 위험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인덱스 중에도 시장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펀드가 있을 수 있다”며 “인덱스 펀드는 단기 수익률보다 시장 흐름을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를 보고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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