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화 가닥잡는 북경 쌀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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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일 끝난 베이징(北京)의 쌀회담은 얼핏 남북한 각기 나름대로 기대했던 당장의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우리가 기대했던 우성호선원 송환등이 구체화된 것도 없고,북측이 기대했던 쌀 추가지원에 대한 합의도 없었다.
이처럼 구체적 결실이 없었다고 해서 베이징의 2차 회담이 실패라고 보거나 실망할 일은 아니다.8월10일 3차 당국자회담을갖기로 일정에 합의한 것 자체만으로도 베이징 회담의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제안했던대로 장소가 서울이나 평양(平壤),또는 판문점(板門店)이 아닌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게 됐지만 일단 남북한 대화가 계속된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대화의 통로가일단 확보됐다는 의미다.
이번 베이징회담은 우선 우리가 남북대화를 선행하면서 쌀 제공문제를 다루려 했던데 비해 북한은 쌀문제를 먼저 매듭짓고 다른부문에서의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기본적으로 정반대의 입장이라 구체적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 다.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다면 이번 회담을 통해 북측이 우성호선원에 대해 조사가 끝나는대로 송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대남(對南)비방문제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물론 문서화되지 않은 약속이기 때문에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아 울러 우리가제공한 쌀을 민생용(民生用)으로만 사용하고 제3국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원활한 쌀 제공을 위해 필요한 보완조치를 취하기로 한 점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 다음 3차 회담에서 쌀문제 이외에 남북간의 경제협력(經濟協力)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북측대표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의 폭을 넓힌 것이 유익하다』고 말했다는 것 역시 성과로 꼽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들은 모두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근거한 것이지 구체적 성과는 아니다.또 이 정도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있었던 것도 1차 쌀회담 때의 미비점과 소홀했던 점을 보완해 가닥을 잡고 회담에 임했던 덕분이다.따라서 이러 한 가능성을 결실로 연결하려면 이번 2차회담 처럼 정부의 확고하고도 일관된대북(對北)정책이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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