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joins.com] “사형제 심하다면 자살제라도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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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살인까지 자행하는 성폭력범들의 흉악한 행태에 네티즌이 공분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혜진예슬법’을 만들겠다고 공표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모습입니다. 토론방과 블로그에는 성폭력범에게 인권은 없다며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까지 하라는 목소리가 거셉니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인스 토론방에서는 사형제 폐지론의 많은 논거 가운데 사형집행인의 인권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동물을 죽여도 죄의식을 느끼는데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무리 제도 안의 합법행위라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박인성씨는 “사형수는 이미 사람의 자격이 없고 ‘사형 집행’도 개인의 살인행위와는 다른 사회적 합의와 적법절차에 의한 제도적 처벌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백성주씨는 “흉악무도한 인간들을 보면 사형제가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서 저 사람들을 죽여야 할 누군가를 생각하면 이것처럼 또 끔찍한 일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흉악범에게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도 사형집행 관리의 스트레스는 아주 크다고 합니다.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형집행 관리도 있다는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그 이상한 사형집행 관리를 슬슬 피한다는 것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논쟁 끝에 백성주씨가 대안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사형을 집행하되 사형집행인이 없는 방안입니다. ‘자살형’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독가스가 나오는 밀실이 있는 곳에 사형수를 구금해 놓고 사형수가 언제든지 그 밀실에 들어가 자살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방안일까요? 글쎄요. 사형집행인의 가책 문제는 풀리지만 교수형 집행보다 훨씬 더 비인간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형제 논쟁은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감정과 세계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은 사형제 폐지에 동의합니다만 사형제 폐지를 실시하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더 안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형제 폐지 ‘시기상조론’은 법논리적으로 보면 성립할 수 없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시기를 정할 수 없는 조건을 단 명제는 법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사형제도가 폐지돼도 괜찮을 정도로 안전한 시절은 언제 올까요?

조인스닷컴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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