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방울 못마시고 17일 朴勝賢양 세번째 기적의 生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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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온국민의 기대와 정성이 기어이 세번째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67년 매몰광부 양창선(楊昌善)씨가 기록한 3백68시간보다 8시간여 더 많은 3백77시간-.
한조각의 음식,한방울의 물조차 먹지 못한 채 17일을 견딘 삼풍백화점 여직원 박승현(朴勝賢.19.서울강동구명일동삼익그린 아파트)양이 15일 오전11시15분 백화점 A동 남측외벽 발굴현장에서 비교적 건강하게 구조됐다.
생명의 존엄성 을 또한번 확인시킨 朴양의「인간승리」에 온 국민이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朴양은 이날 오전10시58분쯤 삼풍백화점 중앙홀에서 북쪽으로15m,서쪽벽에서 20m쯤 떨어진 발굴현장에서 생존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포클레인이 파헤친 콘크리트 더미속 작은 공간에서 구조대원들이사람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고 희미하게『살려달라』는 여자 목소리를 들었다.
朴양은 탈진 상태에서 이름과 주소등을 비교적 또렷이 알려왔고구조대원들이 집중 투입돼 콘크리트 구멍을 넓히는 작업을 벌인지10여분만인 오전11시15분쯤 구조됐다.
朴양은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기둥빔이 양쪽 흙더미 위에 얹혀만들어진 높이 40㎝,길이1m60㎝ 정도의 공간에서 엎드린 상태였다. 구조당시 朴양은 옷을 모두 벗고 있었는데『시간이 갈수록 점점 옷이 거추장스러워져 벗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朴양의 온몸을 담요로 감싸 병원으로 후송했다.
朴양은 구조대원들에게『갇혀있는 동안 물 한방울 마시지 못했다.목이 몹시 마르다』고 했으나 4일전 구조된 유지환(柳智丸)양보다 오히려 건강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朴양은 병원에서『붕괴당시 지하1층 매장에서 뛰어나오다 머리에무엇인가를 맞고 정신을 잃었다.처음에는 주변에 생존자들이 있어대화를 나눴으나 점차 목소리가 끊겼다.한 4~5일 지난 것으로알았다』고 말했다.
강남성모병원 김인철(金仁哲)원장은『혈압.맥박이 모두 정상이고X레이 검사결과 골절도 없다』며『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나 외상은 없고 소변검사 결과 콩팥에도 이상없어 17일간 물을 안먹고 매몰돼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洪炳基.金秀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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