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면 20여년 전 내가 보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마해영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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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 롯데 마해영(38)이 8-7로 앞선 8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들어오자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그의 목을 껴안았다. 사랑이 듬뿍 담긴 감독의 제스처였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뒤 마해영이 친정 롯데의 문을 두드렸을 때 프런트는 반대했다. 선수협 파동과 기량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마케팅 측면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구단을 설득해 그를 영입했다. 입단 후에는 “정신력과 도전정신이 마음에 든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개막 로스터 26명에도 그를 포함시켰다. 이렇듯 마해영에 대한 로이스터 감독의 관심은 각별하다.

고향팀 롯데에서 재기 노력을 펼치고 있는 마해영의 야구 열정이 자신의 선수 시절과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1973년 LA다저스에서 데뷔했지만 애틀랜타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태어난 곳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이지만 고향팀이나 마찬가지이다. 76년부터 84년까지 9년 동안 타율 2할4푼8리(3349타수 830안타) 23홈런 264타점 451득점을 기록했다. 이후 수비전문 백업요원으로 샌디에이고·시카고 화이트삭스·뉴욕 양키스를 전전했다. 결국 88년 애틀랜타로 돌아와 16년 선수생활을 마쳤다.

마해영도 롯데에서 전성기를 누리다 2001년부터 삼성·KIA·LG를 떠돌다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로이스터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마해영과 같은 스타가 아니었다. 고향팀에서 뛰며 마지막 야구 열정을 사르는 마해영은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특별하고 소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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