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현실 반영못해 딜레마-MBC "전원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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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도대체 농촌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이제와서 현실에 맞게 뜯어고치면 도시일기가 된다.』 방영 14년 넘게 별탈없이지내오던 MBC의 『전원일기』가 최근 들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드라마가 실제 농촌현실과는 따로 놀아 『저게 언제때 농촌이냐』는 시청자와 방송사 내부에서의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렇다고 지금와서 갑자기 농촌현실을 대폭 수용할 경우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내용이 훼손될 우려 가 크기때문이다.
방송사의 한 고위 간부는 『실제 농촌이 예전과는 많이 바뀌어드라마가 실제와 괴리감이 커졌다』며 『그냥 둘 수도 없고,드라마 전체를 몽땅 고치기도 쉽지않아 큰 난관에 부닥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농촌은 그간 엄청난 변화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드라마『전원일기』의 식구들이나 동네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비현실적으로「다른 생활」을 해왔다.
물론 극중 식구들도 세탁기며 가스레인지등 살림살이를 하나 둘씩 들여놓는등 나름대로 변화를 수용해 왔지만 근본적으로 농촌의실제 체감과는 꽤나 멀다.지난해 큰아들 용진(김용건扮)이 타고다니던 낡은 오토바이 교체건만 해도 그렇다.
당시 전원일기 식구들은 『차라리 승용차 한대를 사느냐 마느냐』로 한차례 격론을 벌이긴 했으나 결국 다시 오토바이를 구입해요즘 농촌을 어떻게 보느냐는 항의를 받았다.도시보다 더 많은 고급 중형차가 돌아다니는 요즘 농촌의 소비수준과 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극중 배경도 마찬가지.전원일기에 등장하는 집(세트촬영)이나 동네풍경(경기도 양평)도 10년전 모습과 변한게 없어 드라마 볼 맛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이 드라마가 농촌의 변화를 거의 반영치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간 「좋은 프로」라는 외부평가에 마냥 안주해온데다 연출자나 작가를 뻔질나게 교체했기 때문이란게방송사 안팎의 지적이다.이 바람에 농촌사회의 변화하는 흐름을 그때 그때 시의적절하게 담아내지 못해 이제는 한 번에 치유하기힘들 만큼 드라마와 현실간의 틈새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겉으론 「최장수」「최고의 이미지」로 번듯하게 포장됐지만 그간알게 모르게 진행돼온 현실과의 괴리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얘기다. 최근 문제의 『전원일기』에 아홉번째 연출가로 긴급 투입된 황인뢰팀장과 김남원PD등 새 제작진이 현실과의 간격을 어떻게 좁혀 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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