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차 쌀회담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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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의 2차 쌀회담이 1차때와 마찬가지로 안개속에 가려진채1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논의될 내용이 주로 쌀 지원과관련된 문제라는 것 이외에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만나는지,또 북한측 대표로 누가 나올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 에서 갖는 회담이다. 불투명한 가운데 알려진 것이 있다면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쌀 문제외에 남북한의 다른 현안도 거론할 눈치라는 점 정도다.피랍된 어선 우성호선원의 송환문제를 비롯,남북한의 접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등을 내놓고 북한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동포애적 차원에서 북한에 무조건 쌀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이를 계기로 남북한대화의 통로가 트이고,상호신뢰의 바탕이 마련되기를 기대했었다.북한측의 요구조건을 거의 수용해가며 15만t의 쌀을 주기로 했을 때 우리는 북한이 내놓고 말은 못해도은연중 고마운 뜻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그러한 기대는 쌀을 실은 첫 우리 선박이 청진(淸津)항에 입항한 뒤 강제로 인공기(人共旗)를 달게 되면서 실망과 배신감,울분으로 얼룩지고 말았다.비록 구두합의라고는 하지만 아무쪽 깃발도 달지 않기로 했던 약속의 명백 한 위반이었다. 우리쪽에도 선박에 대한 사전통보가 소홀했던 점도 있었고,북한측의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사과도 있어 수습되기는 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이러한 과정이 쌀을 얻어가는 북한이 오히려 배를 내밀고,우리는 쌀을 주지 못해 안달이라도 하는듯이 비 쳐진 것도 사실이다.이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은 물론 쌀지원을 통한 당국자회담이라는 「성과」에 급급,치밀하지 못했던데 원인이 있었다.북한을 상대로 중요한 절차문제를 구두약속으로 끝냈다는 것은 정부의 안일함을 드러낸데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는 합의내용을 분명히 하고, 국민이 의혹을 갖지않도록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또 우리의 성실한 약속이행에 부응해 우성호선원의 송환등 북한도 성의를 보이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그런 최소한의 바탕이 다져진 다음이라야 2차 쌀회담은추가 쌀지원을 비롯,남북대화와 교류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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