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 하랬더니 마름 행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지만 산하기관이나 공사에서 정부에 파견 나온 직원들은 줄이지 않고 있다. 군살을 빼고 머슴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조직개편을 한 것인데, 산하기관 직원들을 모아놓고 여전히 마름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파견 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국토해양부다. 주택공사·토지공사 등에서 101명이 파견 나와 있다. 이들은 모두 국토부에 상주하며 공무원을 보조한다.

지난해 주공에서 국토부에 파견 온 직원은 평균 30명 정도였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주공의 파견 인원은 오히려 42명으로 늘어났다. 국민임대주택 건설기획단은 전체 32명 가운데 파견 직원이 40%(13명)에 달한다.

이런 파견은 ‘민간전문가 파견 제도’와 각종 특별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애초에는 국무총리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2004년부터 각 부처가 알아서 결정한 뒤 행정안전부 심의만 받으면 된다. 한 파견 직원은 “전문적인 일 외에 통계 작성이나 민원 업무를 떠맡기도 한다”며 “파견 직원에 의존하다 보니 똑같은 사안을 몇 번씩 물어보는 공무원도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에는 한국전력공사 등에서 온 29명이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가족부도 건강보험공단 같은 산하기관에서 60여 명을 지원받고 있다.

파견 직원이 60명인 금융위원회는 조직 개편으로 공무원 수가 늘어나자 파견 직원을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파견 기관과 금융위 일부 부서의 반대로 아직 구체안을 만들지 못했다. 김영모 금융위 혁신행정과장은 “파견한 기관이 인사 문제를 이유로 복귀를 늦춰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파견 직원을 정부와의 연결고리로 활용하는 산하기관도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정부에 파견 나온 산하기관 직원은 630명이었다”며 “ 최근에는 파견 인원을 챙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훈·함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