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월가 뜬다 ‘은좌 스트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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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시끌벅적한 톈진(天津) 시내에서 황해 쪽으로 50km 정도 달리면 깨끗이 단장된 신도시가 나타난다. 선전 경제특구와 푸둥(浦東) 신구에 이어 2006년 또 하나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빈하이(濱海) 신구다. 2270㎢ 면적에 산업단지·상업지구·항구 및 물류 지역·관광 구역 등으로 특화된 종합도시로 기획됐다. 이곳의 중심가는 은좌(銀座)다. 말 그대로 은행·증권사 등이 몰려있는 금융타운이다. 정비가 덜된 빈 건물이 눈에 많이 띄지만 10㎢에 달하는 금융 중심 개발사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어다.

빈하이신구연합투자복무중심의 촨린(傳林) 부주임은 “빈하이신구가 다른 경제특구와 차별화될 만한 부분은 금융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서비스 규제가 거의 없는 서구 수준의 개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중국 정부의 금융개혁 시험장이기도 하다. 금융산업 투자기금·산업 리스크 투자·금융 종합경영·외환 관리·국제 금융업 등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빈하이신구의 제도 틀 안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것. 개혁의 효과가 검증되면 그 성과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보급할 계획이다. 중국은 국제금융의 후발 주자다. 낙후된 금융 서비스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에 정부가 신도시 하나를 통째로 금융 실험장으로 삼은 것이다.

빈하이의 금융실험은 인천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포부와 정면으로 경합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형곤 연구위원은 “중국은 금융 인프라와 인재 양성 면에서 아직 우리에게 뒤지지만 성장잠재력이 한국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회주의 정권은 한다고 하면 이른 시실 안에 그대로 된다는 게 무서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무역협회 특별취재팀

중앙일보=양선희·이철재 기자
한국무역협회=김경용 아주팀 차장, 정환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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