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붕괴 생환 柳양 첫발견 鄭상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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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언뜻 움직이는 물체가 작은 구멍을 통해 보인 듯했습니다.』9일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최명석(崔明錫.20)군에 이은 또한번의 낭보(朗報),유지환(柳智丸.18)양 생존사실을 11일 오후1시47분쯤 온 국민에게 처음 알린 서울 영등포소방서 119구조대 정상원(鄭相原.30)소 방사는 柳양 발견당시의 흥분이 채 가시지않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작은 구멍을 통해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본것 같아 중장비 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수(手)작업으로 구멍의 크기와 형태를 확인해보니 겉보기보다 지하 공간이 의외로 컸습니다.』 鄭소방사가작업을 계속하자 柳양의 왼쪽 발이 나타났고『살아있으면 발을 움직여보라』고 주문하자「왜 이제야 도착했느냐」는듯 가녀린 발목이까딱였다.
『아,살아있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감격과 흥분도 잠깐,鄭소방사는 즉시 본부에 무전으로 생존자 확인사실을 보고함과 동시에 장비지원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구멍틈새가 작아 말소리를 또렷이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차츰 분명한 사람의 목소리가 지름 30㎝가량의 땅속 구멍을 통해 들려왔습니다.』 鄭소방사는 계속 말을 건네자 갈증이 심한 듯『산소와 물을 달라』는 말소리가 들렸고『허리가 조금 아프지만 특별히 눌린 곳은 없다』는 말도 들려왔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이름을 물은 뒤「유지선」으로 이름을 잘못 알아듣고 본부에 생존자 신원을 보고하자 柳양은「왜 남의 이름을 바꾸느냐」며 이름을 다시 알려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고「내가 며칠이나 땅속에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鄭소방사는『柳양이 무사히 건강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鄭소방사는『생존자를 구해내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위해 콘크리트를 깨내면서도 행여 생존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면서『당연히 할일을 했을 뿐』이라며 구조현장으로 되돌아갔다. 〈姜甲生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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