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양 극적구조현장 스케치-빗속에 병원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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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또하나의 기적같은 생환드라마였다.
최명석(崔明錫.20)군의 극적인 생환 이틀만에 이뤄진 유지환(柳智丸.18)양의 구조모습은 11일 오후1시50분쯤부터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국민들의 눈과 귀를 화면에 꽁꽁 붙잡아뒀다. ○…간간이 뿌려대는 장마비속 오후3시30분,분홍색 담요에 싸인채 구조대원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나온 柳양은 곧바로 의료진에 의해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柳양의 생존을 처음 확인한 영등포소방서 소속 정상원(鄭相原)대원은 『주먹만한 구멍을 통해 사람의 발을 발견,「살아있으면 발을 움직여보라」고 하자 발을 놀려 생존표시를 했다』며 첫발견상황을 설명.
柳양은 이어 이름을 묻는 鄭씨에게 『유지환-』이라고 말했으나주변 소음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한 鄭씨가 『유지선이냐』고 되묻자 『왜 남의 이름을 바꾸느냐』며 명찰을 건네주었다.
柳양은 구조를 위한 구멍이 뚫리는 동안에도 안정을 위해 구조대원들이 던지는 농담에 계속 응대해 13일간 지하에 매몰돼 사투를 벌인 사람답지않게 시종 여유를 보였다.
○…그녀는 구멍을 통해 처음 얼굴을 들이민 소방구조요원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으며 들것에 실리는 동안 『지금이 며칠이냐』고 물어 『붕괴사고 13일만이다』고 대답하자 『벌써…』라고응답. 柳양은 구조반원들이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고 묻자 『등과 허리를 조금 다쳤을 뿐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또렷이 대답했다.
柳양은 이어 『나는 괜찮다.
건강하다』고 말한뒤 밖으로 드러난 왼쪽 발을 여러차례 흔들어보이며 거듭 건재함을 과시.
○…구조반은 구조작업 1시간41분만인 오후3시28분 드디어 柳양의 다리부분부터 밖으로 빼내 구조하는데 성공.
구조반은 구조직후 柳양의 얼굴을 노란 수건으로 가리고 담요로몸을 감싼뒤 들것에 실었으며 柳양은 구급차로 옮겨지던중 구조사실을 확인하려는 듯 수건을 손으로 들어 주위를 살펴보다가 눈이부신듯 급히 수건을 다시 덮는 모습을 보여 의 식과 건강상태가정상상태임을 시사.
○…柳양은 특히 나이와 구조당시 상태,구조대에 보인 반응등이이틀전 구조된 崔군과 무척 흡사해 주위로부터 「오누이같은 슈퍼신세대」라는 농담섞인 찬사를 자아냈다.
10일이상 장기사투라는 것이외에도 빗물 때문에 생존이 가능했던 점,낙천적인 성격등이 이들의 공통점.
柳양은 구조직후 구조반원들에게 『배가 고프다.냉커피가 마시고싶다』고 해 『콜라가 마시고 싶다』던 崔군과 비슷한 취향을 보였으며 역시 전혀 긴장이나 공포감을 드러내지 않아 崔군 못지않은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장의 일부 시민들은 『崔군과 柳양이 함께 광고에출연하면 멋진 한쌍이 될 것』이란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4명 생존은 와전 ○…TV를 통해 柳양의 구조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특히 구조작업중 양철판 틈새로 柳양의 흙묻은 왼쪽 맨발이 화면에 비춰지며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현장의 소식이전해지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동적인 순간을 시청.
특히 처음 「4명이 생존해있다」는 잘못 전해진 소문이 방송돼큰 기대를 보이다 뒤늦게 와전사실이 확인되자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柳양의 「인간승리」에 축하를 보내는 모습.
이로써 柳양은 이번 붕괴사고 현장에서 37번째로 구출된 생환자가 됐다.
○…AP.로이터.AFP등 외신은 이날 오후 柳양의 생환소식을긴급기사로 전세계에 타전하는등 발빠른 보도.
또 CNN등 외국 TV들도 이를 일제히 톱뉴스로 보도해 이번사고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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