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천만한 아파트개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붕괴의 위험까지 빚는 줄은 미처 모르고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내부구조를 바꾸는 일이 전국적으로 성행돼 왔다.한 조사에선 개조경험이 있는 입주자가 조사대상의 30%에 이르기도 했다.서울강남의 어느 아파트단지에선 80%가 내부구조를 바꿨다는 보도도나오고 있다.
획일적인 구조를 지닌 공동주택을 자신의 개성과 생활용도에 맞게 바꿔보려는 생각은 흔히 가질 수 있다.이해는 되지만 문제는「괜찮겠지」 혹은 「설마」했던 그 일이 생각이상으로 큰 위험을빚을 수 있다는데 있다.
흔히들 하고 있는 내부 구조변경은 거실과 베란다.주방.침실사이의 벽이나 턱을 없애거나 두 방을 하나로 만드는 것,또는 욕실내부구조를 바꾸는 것,베란다 바깥 창을 페어글라스로 바꾸는 것등이다.대수롭지 않은 일 같은데 바로 이런 행위 들이 건물의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다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전문가들에 따르면 80년대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들은 주로 벽(壁)을 기둥으로 삼는 내력벽(耐力壁)구조로 돼있다.따라서 벽을 허무는것은 일반 집의 기둥을 뽑아내는 것 과 똑같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나 하나쯤」하는 생각에 너도 나도 내부를 고치다 보면 아파트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건설교통부가 8일 각 시.도와 건설관련 단체에 불법구조변경에 대한 단속과 주민 계몽을 지시한 것 은 뒤늦었지만 적절한 것이다.이와 아울러 구조변경을 공공연히 권유하고 있는 인테리어업자나 수리업체에 대한 단속도 펴야 한다.또 「적발되면 벌금내면 되지」하는 안이한 생각을 못하게 벌금액인상등 현행 법규상의 벌칙조항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단속과 계몽보다 더 긴요한 것은 당국과 건설업체가 내부구조변경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없애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가령페어글라스 같은 것은 거의 모든 입주자가 원하는 것이므로 앞으론 처음부터 설계에 넣어야 한다.또 입주자가 취 향에 맞게 내부를 고쳐도 안전에 영향을 안주도록 가변(可變)벽체를 기본구조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일부 아파트에서 채택하고 있는 내장 마이너스옵션제도 적극 권장해야 한다.개조가 성행하는데는 당국과건설업체의 책임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