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빌딩값 치솟자 엇갈린 두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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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회사 ‘코크렙 3호’ 주주들은 요즘 신바람이 났다. 지난해 말 1만1000원이던 주가가 최근 1만3400원으로 22% 올랐기 때문이다. 코크렙 3호의 ‘대박’은 이 펀드가 투자한 한화증권 빌딩 값이 몇 년 새 두 배 가까이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코크렙 3호는 ‘코람코 자산신탁’이 서울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만든 리츠 펀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 금융회사로부터 450억원, 일반 공모로 230억원을 모았다. 이를 밑천으로 5년 전 한화증권 빌딩을 1418억원에 사들인 뒤 지분을 증시에 상장했다.

한화증권은 5년 전 재무구조가 나빠져 본사 건물을 팔았다. 하지만 코크렙이 훗날 건물을 팔 때 한화증권이 ‘우선매입청구권’을 갖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매각 후에도 건물을 임대해 썼다.

한화증권은 올 초 본사 건물 매입에 나섰다. 3월 말 본계약 입찰 결과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참여한 것이다. 경쟁이 붙으면서 애초 2600억원 정도로 예상되던 입찰가도 3000억원이 훌쩍 넘어갔다. 다른 회사가 응찰가를 더 높게 써내도 한화증권이 먼저 계약대로 ‘우선매입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응찰가를 깎을 순 없다. 가장 높은 응찰가에 사든가 아니면 포기해야 한다. 급해진 한화증권은 국민연금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화증권 입장에선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가 미심쩍기까지 하다. 입찰에 뛰어든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코크렙 3호 1·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우리지주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작전’이 아니냔 것이다. 하지만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우리도 사무실이 모자라 새 건물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덕분에 코크렙 3호 주주는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 그동안 임대수입으로 10차례에 걸쳐 7~9%의 배당을 한 것을 빼고도 최소 200%가 넘는 투자수익이 나게 됐기 때문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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