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일성 없는 북한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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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北韓)이 김일성(金日成)없이 살아온지 1년이 됐다.북한에서는 절대적 존재였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내부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는 온 세상의 궁금사였다.남북한 관계를 비롯,한반도주변정세에 그의 죽음이 불러올 파장도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북한은 1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김일성이 아직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다.그의 유훈(遺訓)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대내외 정책이 집행되고 있어 유령통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내부적으로는 식량사정의 악화등경제형편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경수로협상이 타결되고,머지 않아 연락사무소의 교환 설치를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상황의 변화일뿐 북한 정책의 본질적인변화에 따른 것은 아니다.지도자가 바뀌게 될 경우 기대되는 통치이념이나 남북한 관계에 관한 인식등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남북한 관계는 이른바 조문파동을 계기로 오히려 김 일성 생존때보다 나빠진 상황이었다.
지난 1년간 북한의 남한에 대한 태도는 최근 몇년동안 유례없을 정도로 적대적이고 공격적이었다.극심한 경제난과 김일성의 사망에 따른 극도의 위기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볼 수있다.북한 주민의 동요를 막고,긴장속에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한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공격적 태도는 그들이 체제안정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는다면 적어도 전술적인 면에서는 변화가 있게 될 것이다.그러한 변화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권력의 공백을 메울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일이고,남북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 서는 형태로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뜻에서 김일성 사망 1년을 전후해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동향은 주목할만 하다.그러한 동향중 두드러진 것은 김정일(金正日)이 그동안 미루었던 후계자의 자리를 공식적으로 승계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또 하나는 당국자회담을 통해 우리의 쌀을 받아들인 실용주의정책 성향이다.
이 두가지 동향은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북한의 체제수습 방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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