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샴페인 한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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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18면

★★★
감독 로브 라이너
주연 잭 니컬슨,모건 프리먼
러닝타임 97분
개봉 예정 4월 9일

버킷 리스트

4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며 세 아이를 키운 카터(모건 프리먼)는 암으로 입원한 병실에서 에드워드(잭 니컬슨)를 만난다. 그는 병원 소유주지만 평소 이익 극대화를 위해 ‘예외 없는 2인 1실’을 주장한 탓에 공동 병실을 쓰고 있다. 살 날이 1년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정을 받은 두 노인. 그들은 함께 만든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카터의 철학 교수가 말해 주었던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로브 라이너가 연출한 ‘버킷 리스트’는 노인들의 로망과도 같은 영화다. 암이라고는 해도 카터와 에드워드는 아직 스카이 다이빙을 할 정도로 별다른 증세가 없고, 에드워드는 돈이 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재벌이다.

그렇게 그들은 카터의 꿈의 차였던 무스탕 셰비를 몰고, 만리장성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이따금 지금껏 살아온 생의 의미를 묻기는 하지만 ‘버킷 리스트’는 바탕이 기분 좋은 영화다.

여기엔 평소 다져온 스테레오 타입을 연기한 모건 프리먼과 잭 니컬슨의 편안함도 큰 몫을 했다. 사려 깊고 진중한 모건 프리먼과 호색적인 악동의 모습인 잭 니컬슨은 생애 마지막을 함께하는 유쾌한 콤비로 더할 나위가 없다.

매우 비싸고 거대한 효도 관광 프로젝트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노년의 두 배우가 돈도 벌고 일도 조금 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들을 돌아다니는 여정을 보는 것은, 샘이 난다기보다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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