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발산토록 도와줘야-삼풍 참사 상처 어떻게 달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피해당사자 뿐만아니라 사망자 가족등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주고있다. 전문가들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인생의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정신적 상처를 받고있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슬픔을 억제하지말고 그대로 발산하는게 상실감을 달래는 좋은 방법 이라고조언한다.
주문희신경정신과의 주문희(朱文姬.49)원장은 『슬픔을 억누르고 쌓아놓으면 오히려 병이 된다』면서 『슬픈대로 자신의 감정을솔직히 발산하는 것이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슬픔을 이기겠다고 참다보면 분노가 쌓여 우울증 이나 급성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날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특히 친척등가까운 사람들도 슬픔에 동조하고 같이 분노를 표시하는등 마음을함께 해주는게 유가족의 감정이 정화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朱원장은 권했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 고경봉(高京鳳.47)교수도 『주변 사람들은 유가족들이 슬픔을 자연스레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고 말했다.다만 슬픔이나 애도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우울증같은 증세가 생겨 삶의 용기를 잃을 수도 있는 만큼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주위사람들이 유도해야 한다고 충고.
한창 정신적으로 민감한 청소년들이 겪는 상실감은 성인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심한 상태.서울 정신분석상담연구소 윤순임(尹順任.49)소장은 『청소년들은 방어기제와 자아기능이 약해 부모가참혹하게 세상을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심한 공포감 과 악몽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주변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슬픔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인식시켜주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 것도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이 된다고 제안했다.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5세에서 15세사이의 청소년들을 위해 연세의료원〈신촌세브란스(02)(361)6100,영동세브란스(02)(3450)2380〉은 3일부터 무료상담 및 심리검사를벌이고 있어 이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
한편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에 깔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살아난 부상자들은 당장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지만 시간이 흐르면 당시 공포가 되살아나는 「급성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따라서 부상자들은 3~6개월간 몸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도 회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재활프로그램을 마련,실행하는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이홍식(李弘植.44)과장은 『건강이 회복될 경우 운동을 하거나,친구를 만나고,종교에 의존하는등 규칙적 생활을 통해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고 말했다.
〈金鍾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