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비서관 돌연 사표 ‘공신의 난’유탄 맞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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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 이태규 연설기록비서관이 사직 절차를 밟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28일 전했다. 사표가 곧 수리될 예정이다.

이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과 관련된 실무를 총괄했다. 또 이 대통령의 발언록을 정리·보관하는 역할도 겸했다. 새 청와대가 출범한 지 1개월도 안 된 시점이다. 게다가 이 비서관이 정두언 의원과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그의 사퇴는 주목을 끌었다.

항공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 비서관은 윤여준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정두언 의원이 대선기간 중 발탁해 이 대통령의 경선전략 실무작업을 맡겼다. 경선이 끝난 뒤엔 정 의원과 호흡을 맞추며 이 대통령의 ‘CEO형 당 운영 방안’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만큼 정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가 최근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촉발됐던 여권의 파워게임에서 밀리자 이 비서관이 청와대서 내몰리는 유탄을 맞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비서관은 “연설과 기록이란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사의를 표명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대선 때 한나라당 선대위 전략기획팀장으로 정무·기획 분야에서 일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비서진 인선 때 정무 파트를 원했지만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정리됐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보직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며 “당장은 공기업 구조조정 현장에서 새 정부의 변화에 앞장서고, 언젠가 정무 혹은 기획 분야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 비서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 일 때문에 사의를 밝힌 것”이라며 “청와대에 계보는 없고, 있다면 오직 이명박 계보만 있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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