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지옥에서 꽃핀 우정 2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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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죽음의 공포는 생면부지의 두 여인을 친자매보다 가깝게 만들었다. 사고발생 36시간을 넘긴 1일 오전5시40분과 오전7시20분에 각각 구조된 장미숙(張美淑.24.서울양천구목4동)씨와 정복실(鄭福實.24.서울성동구행당동)씨는 평소 같은 1층에 근무했지만 鄭씨가 근무한지 한달정도이고 매장이 떨어져 있어 서로얼굴도 알지 못했다.
사고당시 1층 랑콤화장품코너에서 40대의 남자에게 거스름돈을주고 있다가 붕괴와 함께 옆에 있던 양품창고센터로 대피했던 張씨는 정신을 차렸을 때 같은 또래의 鄭씨와 다리가 엉겨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유리조각.철골등으로 심한 통증을 느껴 서로 발을 빼려 했지만 움직일수록 통증은 더해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상대방에게 신경질도 냈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의 공포에서 서로 도와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통을 참고 서로 돕자며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이야기하다보니 우리 둘은 너무 공통점이 많아 놀랐어요.』 나이가 같고 집에서 셋째인 것도 같았다.張씨가 장수군,鄭씨가 임실군으로 고향도 같은 전라북도였다.결혼한 언니집에 살고 있다는 것도 똑같았다. 張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져 잠시 혼절했으나 구조 4시간전부터 콘크리트를 뜯어내는 장비의 소리가 들려오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기계음과 함께 콘크리트 조각이 뜯어지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는 다시 세상에 태어난 느낌을 받았어요.이제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기계의 소음을 그만큼 기쁘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張씨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張씨는 현재 강남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고 鄭씨는 여의도 성모병원에 있다.
같이 살아나서 같은 병실에서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이번 사고로 서울시내의 병원수급조절이 필요해 떨어져 있게 됐다.
鄭씨는『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목과 허리가 콘크리트더미에 눌려상대방에게 짜증도 냈지만 구조를 기다리는데 말동무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힘이 됐어요』라며 자신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張씨 덕분이라고 했다.
張씨는『같이 지옥을 다녀온 친구잖아요.서로 완쾌돼 꼭 만나고싶습니다』라며 완쾌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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