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년보장 교수’ 대거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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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27일 열린 서울대 본부 인사위원회에서 테뉴어(tenure·정년보장) 심사를 신청한 부교수 39명 가운데 10명을 탈락시켰다. 26%다.

서울대 본부 심사에서 탈락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본부 심사에만 올라가면 ‘자동으로 된다’는 관행이 깨진 것이다. 단과대 심사에서 탈락한 비율도 최근 5년 동안 1%를 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반면 연구실적이 뛰어나 부교수 승진과 테뉴어 심사를 동시에 신청한 조교수 6명 가운데 5명이 정년을 보장받았다. 이 중에는 생명과학부 김빛내리(39·여) 교수 등 30대 교수 4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 석학의 추천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은 “외형적 탈락률은 26%지만, 테뉴어 심사 대상이지만 신청을 하지 않아 정년보장을 받지 못한 교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탈락 비율은 48%(2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정년보장 심사 대상자는 56명이었다. 이 중 17명은 스스로 심사를 포기했다.

서울대는 올 상반기 처음으로 외부인을 테뉴어 심사에 참여시켰다. 단과대의 결정에 도장만 찍어주는 역할을 하던 ‘정년심사위원회’를 없애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예비심사위원회’를 신설했다. 외부인은 미국 명문대에서 수십 년 동안 교편을 잡은 한국인 교수였다. 서울대 본부 인사위는 이날 탈락자에 대한 평가 기준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예비심사위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당연히 이뤄졌어야 할 치밀하고 엄격한 평가가 실질적으로 처음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사위의 결과가 알려지자 서울대 교수사회는 요동쳤다. “급격한 변화”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주로 테뉴어 심사 대상자와 심사를 앞둔 부교수들에게서 나오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내심 반기는 교수들도 있었다. 연구실적이 뛰어난 소장파 교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대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선 우선 교수들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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