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쌀 수송선 人共旗게양 강경대응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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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에 쌀지원을 위해 태극기를 휘날리며 동해항을 떠났던 시 아펙스號가 막상 북한의 청진(淸津)항에서 하역작업을 할 때는 인공기(人共旗)만 게양한 것으로 밝혀져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북한이 29일 밝혀온 사건경위에 따르면 이번 일은 북한측이 미처 청진항관계자에게 깃발게양에 관한 베이징(北京)합의를 전달하기 전에 배가 도착한 착오에 따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측의 이같은 설명이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인공기 게양강요는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때문에 정부는 29일 쌀선적과 출항은 물론 이미 출항한 선박에 대해서도 북한이 적절한 사과를 해올 때까지 중단시키는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
남북한 양측은 당초 베이징회담에서 시 아펙스호의 청진항 접안시 태극기와 북한의 인공기를 모두 게양치 않기로 합의했다.시 아펙스호가 국제관례대로 항해했다면 도선묘박지에서 마스트에 인공기,선미에 태극기를 게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이번 쌀 지원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제공된다는 점을 들어 북한측 요구를 일부 수용,이같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선장의 보고내용에 따르면 시 아펙스호가 북한영해에 진입해 청진 외항 도선묘박지에 도착한 것은 26일 오후 4시쯤.
이때부터 시 아펙스호는 양측 합의에 따라 싱가포르의 다이시핑사를 통한 교신만 하게 돼있었다.
묘박지 도착직후 승선한 북한측 도선사는 태극기를 내리는 대신인공기를 게양해줄 것을 요구했다.이때 金선장은 국제관례에도 없다며 이를 북한측에 항의하는등 승강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측 도선사는 이미 배가 청진항 내항으로 들어가고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측 선원들을 설득했고 金선장은 다른 방도가 없어서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아펙스호가 청진 서항 부두에 접안한 시각은 오후 9시쯤이었다.선원들은 모두 배에서 숙식했다.하역작업은 26일 오전9시30분에 시작돼 27일 오전10시45분쯤 완료됐다.
시 아펙스호가 출항하기 30분전인 이날 오후1시30분쯤 조선삼천리 총회사의 과장이라는 사람이 허겁지겁 달려와 金선장에게 인공기 게양문제를 언급하며 이제서야 남북합의 내용을 연락받았다며 이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2시쯤 청진항을 떠난 시 아펙스호는 오후2시40분쯤 안창옥(安昌玉)통신장,그리고 공해진입을 앞둔 오후4시10분쯤 金선장이 서울 남성해운 본사 박영진(朴英鎭)중국부장과 교신했으며 이때 인공기 게양사실이 밝혀져 통일원에 보고됐다.
통일원은 즉각 28일 저녁 대한무역공사에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동시에 북한측에 강력히 항의토록 했다.그러나 북한은 사과자의 명의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사과만을 해왔고 이에 정부는 강력 대응을 결정했다.
〈金成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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