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투.개표현장-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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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모쪼록 이번 선거로 인해 지역 주민들간에 분열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누구를 선택하든 이제 그 사람은 우리가 뽑은 우리 지역 일꾼 아닙니까.』 선거 당일인 27일 오전9시 제주시 제4투표구인 남녕고 체육관.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줄지어 선 시민들의 바람은 한결 같았다.
사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주지역도 후보등록이 끝난 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이어지자 혼탁.과열선거양상은 극(極)에 달했다. 흑색선전과 서로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매일 수십종씩 거리를 나돌아 다니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선거전동안 벌어진 도민분열과 갈등의 현장은 투표 하루전부터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도지사자리를 놓고 무소속 신구범(愼久範)후보와 치열한 접전을벌였던 민자당 우근민(禹瑾敏)후보는 26일 선거운동을 마감하는자리에서『선거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면 서『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후보와 자원봉사자가 서로 만 나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제의했다.
愼후보도 마찬가지로『도민이 선택한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민선지사 취임일인 7월1일을 도민화합의 날로 공동선언해 제주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자』고 제의했다.
『우리 모두가 4.3의 아픈 상처를 짊어진 후손들입니다.이번6.27선거는 그동안 우리 지역민들을 대변해주지 못했던 임명지사나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고장의 일꾼을 뽑는 자리일 뿐입니다.민선지사가 취임하는 날을 계기로 모 든 후보를 비롯,지역민들이 화합을 다지는 축제를 열어 제주공동체를 위해 다시 뭉쳐야 할 때 입니다.』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를 나서는 초로 신사의 소망에서 갈등과 반목이 아닌 화합을 향한 제주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濟州=梁聖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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