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시력 보호 위해 인터넷도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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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25일 프리배팅하고 있다. 시범경기에 늦게 합류한 탓에 빠른 볼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사진=이영목 기자]

시즌 개막을 앞둔 이승엽(32·요미우리)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4번 타자를 지키기 위한 열쇠가 두 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26일 일본 도쿄 요미우리랜드 훈련장. 수비훈련을 하던 이승엽이 불펜으로 걸어갔다. 이어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든 채 ‘시력훈련’을 시작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 스윙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이다.

“아, 이 타이밍에서 배트가 나가야 하는데…” “방금 체인지업이에요, 포크볼이에요?”

이승엽은 타석에서 불펜 포수 유환진과 계속 대화를 나눴다.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 뛰다 왔더니 눈이 무뎌졌다. 그래서 시범경기에서도 타격이 부진했다”고 이승엽은 설명했다. 올림픽 예선에서 상대했던 투수들의 공이 시속 140㎞ 내외일 정도로 느렸기 때문이다.

일본 투수들은 공도 빠른 데다 변화구의 각도 예리하다.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온 뒤 시범경기에서 고전했다고 한다.

투수가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0~0.45초 안팎. 타자는 0.2초 내에 구질을 파악하고 스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승엽은 눈에 관한 한 최고 센스를 갖고 있다. 2003년 그의 운동능력을 테스트한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은 이승엽의 운동능력 중 ‘동체(動體) 시력’을 최고라고 분석했다. 빠른 공의 구질을 파악하는 능력, 즉 동체 시력이 출중하다는 뜻이다.

야구인들은 “동체 시력은 타고난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이승엽은 시력 보호를 위해 눈을 각별히 챙긴다. 시즌 중에는 인터넷도 거의 하지 않는다. 취미로 즐기는 인터넷 장기조차 두지 않는다. 눈이 피로해질까 봐서다.

이승엽은 “지금 몸 상태는 최상이다. 지난해 말 수술받은 왼손 엄지도 좋다”며 “다만 동체 시력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타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글=김식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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