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人氣 업계 엇갈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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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음료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식혜」의 인기는 얼마나 지속될까. 식혜업체들은 요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매출에 짭짤한 재미를 보는 가운데서도 「식혜」의 수명을 헤아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메이커의 전망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식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해 자체설비를갖추는 반면 대기업들은 반짝하고 사라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에서직접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다.
26일 현재「식혜」제품을 내놓고 있는 업체는 모두 50개사 정도.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절반인 25개社로 대부분 대기업에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고려인삼은 비락.남양유업.사조산업에,금해는 롯데칠성.해태음료.LG화학에,다향식품은 해태유업.광동제약.동아제약에,우봉식품은코카콜라.진로종합식품에 각각 물건을 대고 있다.
이에 비해 20여개 대기업은 자체설비를 갖춘 곳이 한군데도 없이 모두 중소기업에서 물건을 받아다 판매만 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선뜻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은 지난 80년대후반의 「보리음료」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한편으론 장사가 잘돼 좋아하면서도 식혜인기가 거품으로 끝날 경우 막대한 설비투자로 인해 그동안 남긴 이익보다 더큰 손해를 보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업체난립에 따른 경쟁이 과열되면서 덤핑물량이쏟아져 일부 제품은 한캔에 6백원하는 것이 3개 한묶음에 1천원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시장에서는 가격인하압력,공장에서는 원료값상승부담이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함으로써 호황속에도 시름을 떠안게 된 것이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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