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아 3살부터 10살까지 4명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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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지난 24일 오전 아이오와시티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의 희생자인 어린이 4명이 모두 한국 입양아 출신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세다 래피즈 가제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오와 주 아이오와시티 서버브에서 지난 24일 오전 6시 반 경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은행 간부 스티븐 슈펠(42)의 아내 셰를(42)과 자녀 4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어 수 분 후 이곳에서 동쪽으로 9마일 가량 떨어진 80번 고속도로 상에서 슈펠 소유의 밴이 중앙 방벽을 들이받고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신고됐다. 차량 안에서는 슈펠로 추정되는 운전자 1명이 심한 화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 가족이 다니던 아이오와시티 세인트 메리 교회의 케네스 쿤츠 목사에 따르면 슈펠 부부의 자녀 4명은 모두 한국에서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튼(10) 세스(7) 미라(5) 엘리너(3)로 알려진 자녀 중 엘리너를 제외한 3명은 모두 롱펠로우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쿤츠 목사는 “이들 부부는 지난 1990년 6월 결혼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주말 예배에 참석해왔다. 아이들 모두 우리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지난 23일 부활절 예배 때도 모든 가족이 참석했다”며 “네 명 모두 입양했지만 양육에도 아주 정성을 쏟았다. 입양 전부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왔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지역 은행 부행장으로 재직 중인 슈펠은 횡령 및 돈세탁 혐의로 지난 달 기소돼 내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 존슨 카운티 쉐리프에 따르면 슈펠은 지난 2000년부터 지난 해 9월까지 모두 56만 달러의 돈을 횡령, 분산 유치 등을 통해 돈 세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펠은 이 중 상당 부분을 코케인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슈펠은 지난 달 20일 아이오와 데이븐포트 연방법원에서 보석금 25만 달러가 책정됐으며 내달 21일로 심리를 받을 예정이었다. 슈펠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30년 형과 벌금 100만 달러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펠은 아버지와 형이 모두 지역 내 유명 로펌에서 활동하는 법조인 가족으로 유명하며 특히 지역 사회에서 활발한 봉사 활동과 기부를 해왔다.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아내 셰를도 그동안 학교 발런티어 등으로 활동해왔다.

슈펠의 가족들은 성명서를 통해 “부활절 주말에도 함께 했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미주중앙일보 시카고=노재원 기자 jwr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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