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협력으로 그려야할 韓日경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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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韓日간에 국교가 정상화된지 어느덧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그동안 두나라 사이의 경제관계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익을 담당해온 나로서는,양국이 차차 바람직스러운 관계를굳혀 나가고 있는데 대해 남달리 깊은 감회를 느 끼지 않을 수없다. 일본사람들이 보는 지도에는 일본이 중심이 돼있다.한국인이 보는 지도에는 당연히 한반도가 중심이 돼 있다.세계를 보는시각은 언제나 자기 중심이 된다.그것이 민족주의와 이데올로기의시대에서도 경제적 보호주의로 흐르게 만들었다.특히 애증이 오랜역사로 얼룩져온 韓日양국관계가 원만하기는 어려웠다.韓日간은 경제협력의 폭을 민간차원에서부터 넓혀야겠다고 내가 마음먹었을 당시만 해도 동등한 파트너끼리의 「협력」이라는 의식이 결핍돼 있었다.그것은 무역순조와 기술이양등이 연일 얘기되어 오던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이로 인해 앞으로의 시대를 위해서도 韓日양국은 정치적으로만 아니라,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으며,또 이를 위해 진력하겠다는 나의뜻을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나의 괴로움도 적지 않았다.돌이켜볼때 그것은 보람있는 실현이었다.지금 일본인이 펴보는 지도에는 도쿄(東京)만이 아니라 서울도 있고,베이징(北京)도 있고,콸라룸푸르도 있다.우리가 펴보는 지도에도 서울만이 아니라상하이( 上海)도 있고 싱가포르도 있다.
이제는 어느 강대국이나 홀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중국의 오지에서 뿜어내는 매연은 서울과 도쿄의 하늘에서 산성비를 뿌리고 있다.고베(神戶)에 구호물자를 도쿄에서 보내는 것이나,서울에서 보내는 것이나 시간적으로 같아질 수도 있 다.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아시아 전체의 각성이다.지금 중국은 물론이요 말레이시아.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는 강한 자각에 불타고 있다.
이런 「새로운 아시아」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 하는 「힘겨루기」의 논리란 있을 수 없겠으며,누가 더 득보고 누가 더밑지느냐 하는 얄팍한 「주판굴리기」의 타산이 우선할 수도 없는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韓日경제관계가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을 것인가.
첫째,서로 함께 이익을 보며 더불어 사는 관계를 확립하는 길은 완전한 수평분업뿐이다.즉 분야별로 각기 장점을 살려 특화한수평분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렇게 해야만 서로간에 산업공동화를 막아가면서 공동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 다고 본다.
두번째는 상호보완을 바탕으로 하는 공조체제의 확립이다.특히 금년부터 발족된 세계무역기구(WTO)는 물론이려니와 심화일로에있는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대표되는 경제의 블록화 현상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길 이기 때문이다.혹자는 거기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 아태경제협력체(APEC)등을 기축으로 삼아 EU나 NAFTA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도있으나,내 생각으로는 또 하나의 경제블록을 구성하기 보다 오히려 개방된 지역주의의 길을 택함으로 써 WTO의 순조로운 발전과 아울러 EU나 NAFTA가 패소된 지역주의로 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그런 길로 가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중심이며 경제적 견인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韓日 두나라의 공조체제 확립이야말로 무 엇보다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韓日 두나라의 경제인들이 보다 넓은 시야를 가져야한다는 점이다.제나라의 이익만을 안중에 둘 것이 아니라,두나라의 공통된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韓日양국만이 아니라 아시아전체,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시야속에 넣은 시각 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될 줄 안다.
마지막으로 제언하고 싶은 것은 믿음의 정신이다.서로 신용하고신용받으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韓日양국은 세계속의 한국과 일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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