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쌀협상 문제점-성사에 집착 철저한 비밀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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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이징(北京)에서 진행중인 남북한 차관급 쌀회담은 내용은 물론 장소나 시기등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는 「특급비밀행사」다.정부 당국자들은 회담을 비밀로 진행하는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이번 회담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우리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것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이런 데서 비롯한다.
◇철저한 비밀주의=정부는 베이징회담이 열리게 된 과정이나 회담내용을 일절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비공개로 하는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일반에서는 그저 북한이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만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번 회담의 비밀주의가 지나쳐 정부내에서도 대북(對北)주무부서인 통일원은 물론 청와대.외무부등 관련부처의 대북업무책임자들마저 회담의 윤곽조차 모르는 데 있다.
이때문에 일부에선 정부가 이번 회담에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검토없이 무턱대고 협상에 나섰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뭔가의 조급함이 작용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북한측 수석대표로 나온 전금철(全今哲)의 위치조차 불분명하다는 얘기다.그는 아태평화위원회의 이름으로 회담에 임하고 있는데 어쨌든 이 단체는 정부 공식기관이 아니며 거기에 더해 全은 아태평화위의 부위원장이 아닌 고문으로 행세하 는등 미심쩍은게 한둘이 아니다.평생을 대남문제만 다뤄온 全을 앞세워 대화를 진행시키다 북한당국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빠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또 과거 남북간에 비밀교섭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만 한 경험이 이번이라고 예외가 되리라 단정할 수 없다.
◇북한과 일본에 이용당할 가능성은 없나=우리 정부가 대북 쌀지원문제를 적극 검토하게 된 것은 北-日 수교협상 재개를 위해대북 쌀지원을 서두르는 일본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일본의 동태가 과연 일본만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느냐는 점이다.
쌀문제를 두고 북한과 일본 사이에 긴밀한 의견교환이 상당기간전부터 이뤄졌으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주 많다.
이는 북한과 일본이 쌀문제를 두고 일종의「합동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뒷받침한다.한마디로 양자간의 수교교섭 재개에 사실상 반대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극복하기 위해 쌀문제를 부각시킨 것이고 따라서 자칫 뒤통수를 맞 기 십상이라는 시각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지난 4월부터 북한과 쌀지원문제를 두고 의견교환을 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북한과 일본의 전술에 일방적으로 이용당하게끔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베이징 쌀회담이 일본과 북한이 짜놓은 구도에 우리가 끼어든 형태로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우리가 국면을 주도해 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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