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對北 쌀지원 북경회담-李錫采차관 극비 북경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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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석채(李錫采)재정경제원 차관의 베이징(北京)잠입은 17일 오전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아주 간단한」 확인을 해 줄때까지는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사실확인 후에도 李차관의 행방은 17일 오후 늦게까지서울.베이징 어느 쪽에서도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더해 줬다.
○…홍재형(洪在馨)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17일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李차관이 이번 회담의 수석 대표로 떠났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고 전제,『언제,어떤 경로로 떠났으며 안건이 무엇인지,어떤 (협상)전략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들 지도 않았으며 아는 바도 없다』고 거듭 강조.
그는『이번 일에 대해 처음에는 몰랐으며 중간에 알게 됐다』고밝힌뒤『재경원이 조직으로서 관련된 것은 없다』고 덧붙여 남북한(南北韓) 쌀 회담이 청와대등의 주도로 이뤄졌음을 시사.
○…李차관은 17일 과천 청사 집무실에는 아예 들르지도 않은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청와대로 들어갔다가급거 출국했다는 것.
李차관은 출국 전날인 16일『점심 약속이 있다』며 오전 11시쯤 집무실을 나간 뒤 오후 내내 연락이 끊겼으며,李차관의「베이징行」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오후 6시쯤 기자와의 카폰 통화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강력히 부인한 후 곧 사무실로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재경원에서는 李차관이 사무실로 들어올 줄 알고 일부 실무자들은 결재를 위해 기다리기도 했으나 도중에 들어오지 못하겠다는 연락만 취한 후 행방을 감췄다.
카폰은 아예 끊겼으며 집에서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駐베이징 한국대사관의 관계자들도 李차관의 행방이나 소식을몰라 17일 오후 늦게까지 우왕좌왕해 하는 모습.
한 대사관 간부는 본지(本紙)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李차관이17일 오전 10시30쯤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서울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곳에 있는 언론 특파원들과 대사관 관계자들이 대거 공항으로 나갔으나 만나지 못했다』며『우 리도 호텔을 잡고 보완 자료를 챙기는 등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정보를가지고 있지 않아 무작정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차관은 지난 84년9월 당시 대통령비서실 경제담당 비서관 시절 우리나라에서 수해(水害)가 났을 때 전두환(全斗煥) 당시 대통령을 설득,북한이 제공하는 쌀을 받기로 결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
한편 재경원 일부에서는 당초 洪부총리가 직접 베이징에 가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가 북한측 대표가 정해지면서 상대방 직급에 맞춰 차관급으로 결정됨에 따라 남북경제공동위 위원장인 李차관이회담 대표를 맡게된 것 같다고 뒤늦게 관측하기도 .
이는 15일 오후 늦게 부총리 측근이『주말에 무슨 일이 있을것 같다』는 말을 했으며,16일 오후 6시30분 대구에서 열린국제경제학회 초청세미나에 15일 오후까지만 해도 부총리 대신 李차관이 참석키로 했었다는 측근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 〈金王基.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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