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滿點짜리 公僕을 가지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며칠전 한 TV에서 벌인 서울시장후보들 초청토론회에서 「서울시공무원들은 몇점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됐다.이 질문에 대해 토론에 나온 세 명의 서울시장후보는 각각 50,60,70점을 주었다. 이렇게 별로 후하지 않게 점수를 준 이유로 후보들은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들었다.한 후보는 『공무원이 과거 부정한 권력의 시녀노릇을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시행정이 문민적으로 이루어지면 만점에 가깝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정치적인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민시장이 나와 시행정을 민주적으로 하기만 하면 시공무원의 점수는 만점이 될 수 있을까.이 토론 이후 기자가 만난 공무원들의 대답은 「아니다」였다.『청탁.금품수수등 부조리가가장 많이 일어나는 몇몇 부서에서 사고가 나면 소위 非이권부서에만 근무했던 공무원들로 교체합니다.그러나 3개월도 못가 이들도 전임자와 똑같아지죠.』 20년 넘게 시청에서만 근무해온 한공무원의 말이다.그는 이런 이유를 학연.지연.친분등을 내세우거나 금품을 건네며 불법을 묵인해 달라는 시민들의 부조리에서 찾는다. 고객의 안전과 위생을 위해 꼭 하도록 돼있는 안전장치를하지 않은 식당과 같은 업소,좁은 땅에 건폐율보다 조금 더 넓게 건물을 지으려고 법을 어기는 사람들,자기의 작은 이익때문에불법을 저지르고 단속공무원의 눈을 대충 가려 무마하 려는 시민들의 의식이 너무나 창궐해 있어 이미 뿌리뽑을 수 없는 상태에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과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 이야기다.그러나 모든 논란을 접어두고 공무원의 부조리는 시민의 부조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는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폐수를 마구 흘려보내 하천이 오염됐다」「소방도로의 불법주차때문에 화재진압이 늦어졌다」.
이럴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단속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다.그러나 이제는 단속이전에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민선시장이 뽑히면 그 책임은 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시민들이 먼저 스스로의 부조리를 감시하는 높은 수준에서 민선시장과 구청장을 선택하면 공무원의 점수는 저절로 더 높아지지 않을까.
粱 善 姬〈수도권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