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연예가] 체력왕 이훈이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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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퀴즈프로그램에서 처음 봤던 대학생 이미지가 아직도 생생한데, 탤런트 이훈이 벌써 데뷔 10년차란다. 당시 꽃미남은 아니었지만 튼튼하고 건강한 매력이 요즘으로 따지면 '몸짱'쯤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소문난 연예가 체력왕 이훈에게도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인생의 고비가 두 번 있었다는데….

4년 전, 12년 동안 사귄 아내를 두고 군에 입대한 이훈. 매스컴 때문인지 부대 안에서도 그를 위로해주는 병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특히 그에게 친한 척 말 건네며 권하는 담뱃불은 꺼질 줄 모르고…. 꽁초 세어보니 하루 핀 담배가 6갑, 무려 120개비였다. 이등병 신세에 상관이 주는 피 같은 담배를 거부할 수도 없는 일. 그러기를 며칠. 결국 목이 잠기는 것은 물론, 힘든 훈련에 숨이 가쁘고 목에서 피도 났다. 그뿐인가? 또 어떤 날은 그에게 담배 한 개비도 피지 말라는 선임의 야박한 명령도 내려졌다. 그렇게 담배로 인한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자 순간 결심한다. '차라리 이럴 바에 담배를 끊자. 그러면 담배를 주지도, 뺏지도 않겠지?' 이렇게 오기 반, 필요 반으로 시작한 금연 덕분에 10여 년 피우던 담배를 거짓말처럼 단숨에 끊게 되었다. 그러자 몸도 가벼워지고, 고된 훈련도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더란다. 물론, 담배 대신 달달한 캐러멜을 항상 소지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어쨌든 남들은 군대에서 족구를 배운다면, 이훈은 금연이란 가장 큰 배움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은 첫 번째 사건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사건은?

석 달 전. 이훈은 선배와 한 북한산 등반 약속을 깜빡 잊고, 전날 무려 30잔의 폭탄주를 마셨다. 난생 처음 하는 산행에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일단 무작정 올랐는데…. 이때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알코올 기운의 묘한 쾌감이란 그 어떤 숙취 해소제나 유명한 해장국으로도 비유할 수 없었다고. 무엇보다 이날 정상에 다다랐을 때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 덕분에 그 후 일주일에 한번씩은 산을 찾게 되었고, 얼마 전엔 몇몇 지인들과 지리산 종주에 도전했다. 하루 11시간씩 산행하는 2박3일 코스. 그런데 체력왕 이훈이 일행 중 꼴찌는 고사하고, 50대 아주머니들보다 더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해는 지고 진눈깨비 흩날리는 틈에 무리도 잃어버리고 혼자 언덕에서 구르고 미끄러졌다. 순간 눈에선 피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지리산은 목숨을 건 위기를 두어 번 겪게 한 대신, 그에게 인생의 겸허와 겸손을 가르쳐 줬다.

건강의 절실함을 온몸으로 느낀 그는 요즘 손에 술잔이나 담배 대신, 권투 글러브를 낀다. 24일 열리는 복싱 프로테스트 준비를 위해 매일 아침 2시간씩 피나는 연습을 하는데 건강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건강한 몸 만들기 위해서라고. '산' 권하는 사회를 꿈꾸는 이훈의 건강한 도전! 영원히 계속되길 바란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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