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도 민족적 自尊 생각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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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민족지상(至上)의 논리와 주장을 펴왔다.그러나 북-미(北-美)경수로회담을 지켜 보면서 줄곧 떠나지 않은 의문은 북한지도부의 민족관.민족의식.민족혼이 무엇이며,그것이 그들에게도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번 경수로회담에서 기술후진의 한국이 천신만고끝에 원전(原電)의 새 모델을 개발,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北은 「한국형」은 세상에 없다고 주장해 민족자존을 여지없이 짓밟았다.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전략이라고 순수하 게 봐줄 수없는 행태가 시종일관 견지됐다.
또 북한은 회담기간 남한으로부터 쌀 지원을 받고싶다는 의사를일본,그것도 일제의 식민지배가 없었다는 후안무치한 망언(妄言)을 한 일본정치인등을 통해 했다.그러다 보니일본인의 망언에 대해 가장 먼저 통박했어야 할 북한은 침묵으로 일 관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南과의 체제경쟁에서 열세에 놓인 북한의 수뇌부가 겪어야하는 대내적 난제(難題)를 그런 식으로 풀어가지 않을 수 없는처지라는 것도 짐작은 간다.그러나 북한지도부도 이제는 체제경쟁에서 벗어나 민족이익과 민족자존을 진지하게 고 려해야 할 때가됐다고 우리는 믿는다.
북한이 남한배제원칙 속에 美日과의 관계개선협상을 지속할 때 장.단기적으로 민족적이익및 민족자존이 얼마나 손상되고 훼손되는가에 대한 성찰을 조금이라도 한다면「하나의 조선」이 되기 위한남북 양쪽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 해지지 않는가. 이것은 어느 쪽이 이기느냐는 체제경쟁의 차원이 아니라 민족이란 영속적 공동체를 위한 지고(至高)의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남북한으로 나누어진 분단구조는 지극히 유한적이라는 민족의식을 갖는다면 남좋은 일만 하게 되는 자해적(自害的) 행위를 더이상 할 수는 없을 것이다.아무리 금실 좋은 부부도 갈라지면 남남이지만 형제는 아무리 사이가 나빠 원수지간이 된다 하더라도영원히 형제로 남는다.
이에 생각이 미친다면 북녘 지도부도 이번 경수로합의를 계기로형제가 어떤 식으로 화해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며,우리는 그것을 간곡히 호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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