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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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여자가 민우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녀 특유의 시선이다.그 전에는 빤히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진실을 느꼈으나 이제는 그 시선에서 의도가 느껴진다.의도를 갖고 다가오는 인연은 대개 악연이다.민우는 그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그 래서 아무리인연을 소중히 한다고 해도 의도를 갖고 다가오는 인연은 처음부터 맺지 않았었다.그러나 그 방식을 그녀에게 적용할 수는 없었다.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설마 복잡한 계산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 때 일로 마음 상해 있는 것 알아요.제가 그때 당신 돈을 좀더 소중히 했어야 했는데…그래서 우리 사이가 벌어졌죠.그러나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녜요?』 같이 온 여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은 정말 얘가 잘못했어요.그렇게 섣불리 계약하는 것이아니었는데…그러나 좋으시겠어요,원장님!원장님의 아이를 얻게 돼서….』 민우는 무슨 얘긴가 했더니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숨을몰아쉬었다.마치 뱃속에 자리한 아기 때문에 숨이라도 가쁜 듯했다.민우는 기도 안막혔다.저 여자가 내 아이를 뱄단 말인가?여자는 임신한 것이 자랑스러운 듯 배를 내밀고 뒤로 기댔 다.민우는 여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이 내 아이를 뱄단 말이오?』 여자가 민우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저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어요.기적이었어요.제가 당신의 아기를 갖게 되다니….』 민우의 입가에 비웃음이 피어 번졌다.
섹스한 지가 언젠데 지금 와서 임신이야.
『내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봤는데 당신을 임신시킨단 말이오?』 민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여자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문에 당신과 사이가 벌어졌죠.그러나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에요? 돈이 그렇게 소중한가요.난 안 그런데….』여자가 얼굴 가득히 모성애를 떠올리며 민우에게 미소지었다.그러고 보니 그녀의 얼굴에는 임신했을 때나 가능한 주근깨가 얼굴에퍼져 있었다.
『당신은 절대 내 아이를 임신할 수가 없소.』 민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두고 보죠.』 여자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나중에 애를 낳은 다음에 봅시다.애를 잘 낳아서 데리고 오시오.그 때 만일 그 아이가 정말 나의 아이라면 당신과 함께 가정을 이루겠소.』 여자가 기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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