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50개 ‘MB 물가지수’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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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생활필수품 50개를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하자 경제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18일 50개 생필품을 위주로 새로운 물가지수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152개 품목으로 산출하는 현재의 생활물가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50개 특별품목에는 쌀·라면처럼 값이 올라도 살 수밖에 없는 식품과 학비, 그리고 식품 값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부는 새 물가지수 개발과 함께 이들 품목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50개 특별품목이 정해져도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농산물 직거래를 늘리고, 매점매석 업체를 단속하는 정도다.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쌀국수와 같은 밀가루 대체품을 개발하는 것도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통구조를 개선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흡수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라면·쌀국수에 이어 50개 특별품목까지 언급하자 제조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체 물가는 상승해도 50개 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생필품 가격 동향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가격 통제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조업체 관계자는 “50개 품목에 포함되면 가격 인상 요인이 생겨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세세한 품목까지 언급하며 물가 대책을 독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완장 차고 물가 단속하던 30여 년 전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일일이 나서기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전반적인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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