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가원 설치案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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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5.31 교육개혁」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정보화시대에서 국가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대학의 다양화와특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교육의 자율화와 다양화의 폭을 대폭 넓혀주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대학의 운영과정과 결과가 평가.공개돼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고 학생.학부모.기업등 교육수요자가 교육의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다만 구체적인 대학개혁 방안의 하나로 들고 있는 대학평가에대해 한 두가지 보완 사항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본래 대학은 고도의 전문인력이 교육.연구.봉사를 목표로해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평가에 있어서도 자율적 개혁 추진 차원에서의자체평가및 자율평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대학들은 저마다 설립목적과 교육적 환경,대학의 규모와 사회적 인식등에 있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동안 정부의 지시.감독아래 운영돼옴으로써 대학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설계.전개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개별 대학의 발전계획에 기초한 기반 구축의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대학평가의 결과에 따른 경쟁원리를 도입하게 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상호협조를 통해 대학교육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대학간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의해 자발적이고 상호통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82년 대교협 설립 이후부터 시행돼온 대학평가제도는 대학교육의 책무성과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92년부터 평가인정제로 전환됐다.그간의 대학평가인정제가 대학교육의 발전에 기여한 바는 실로 지대하며 대학들은 현저한 질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교수당 학생수,학생당 도서수,강의실및 실험실습실 확보율,학생당 교육비등 양적인 지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의 운영이나 대학의 행.재정적 측면에서 다양한 개혁과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가기관 성격의 가칭 교육과정평가원을 신설해대학평가를 주관하게 한다는 것은 대학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신설될 평가원은 10여년간 대학평가의 노하우를 축적하며 대학의 자기성찰과 개혁,수월성 제고에 기여해 오고 있는 대교협의 대학평가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보의 지원체제를 더욱 강화,대학사회로부터의 자율적인 상호통제와 질 적 발전이 더욱 배가되도록 기능해줄 것을 기대한다.
또한 평가의 기본 목적이 경제계에서 말하듯 적자생존의 경쟁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개선과 책무성을 높이는 데 있음도 함께 강조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국.중.고교나 교원들의 평가도 이같은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즉 교육적 효과측면을 심도있게 고려해 수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평가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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