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 등 반응] BBC "탄핵안 발의는 총선용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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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로이터 통신 등 세계의 주요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를 "현직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한국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소용돌이 속 한국 정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탄핵안 발의 과정 등을 자세하게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4월 총선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나온 탄핵 발의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은 정치에서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앙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조사자의 76%가 盧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및 측근 비리 등에 대해 사과한다면 탄핵에 반대한다고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盧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 발의가 어떻게 결론날지 알 수 없으나 한국이 험로에 들어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야권의 탄핵 발의가 사실상 대통령의 법률 위반이 아니라 사과 거부로 인한 것으로 분석, 탄핵 발의를 하려면 좀더 좋은 명분을 들고 나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은 "탄핵안 발의는 4월 총선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추진된 측면이 있다"면서 "탄핵 심판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별다른 논평 없이 "선거 및 정치자금과 관련된 盧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아 두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두 야당이 당내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을 발의한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열세를 반전시키려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탄핵안 발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토머스 번 신용평가국장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된다 해도 한국의 신용등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 국장은 "탄핵안 통과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설사 통과된다 해도 한국의 정치 제도는 그 이후의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UBS증권과 골드먼 삭스 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정용환.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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