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와의 5분 토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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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15면

클래식 음악 공연과 관련된 일을 했던 정준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굳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음악을 업으로 삼으면 밥을 굶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한 정준호는 대기업을 거쳐 음악 잡지사에서 일했고 음악과 글로 밥을 버는 사람이 되었다.

클래식 음악 CD가 벽을 메운 오피스텔에서 작업하는 그는 남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정의한다. “좋은 음악은 누구나 마음만 열면 공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음악 가운데 그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고, 다른 시대에 했던 것과 다른 독창적인 방법을 쓴 작품이 클래식, 곧 고전입니다.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클래식이고 전자 기타로 치면 클래식이 아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클래식이란 고정된 무엇일 수 없다. “16세기에 오페라가 발명되었고, 18세기에 교향곡이 고안된 것처럼 모든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예술 양식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영구적일 수는 없습니다. 진화하든가 도태되는 것이죠. 우리 시대에 가장 강력한 양식은 영상이나 가상공간을 통해 제공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독창성이 담보가 되어야겠죠. 누구나 어디서나 복제할 수 있는 것은 시대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에게 클래식이란 “영혼이 열린 상태에서 접했을 때의 짜릿한 기분”을 주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더 이상 조직에 몸담을 생각이 없다는 그는 라디오뿐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예술아카데미를 통해서도 대중과 클래식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은 만국공용어인가』『베토벤의 교향곡』처럼 아직 활자로 인쇄되지 않은 미래의 책들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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