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공열전>게낚시꾼 이경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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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25가 나기 전 황해도 연백에서는 어민들이 간척지에서 빨간 헝겊을 달아 게낚시를 했다.
당시 이런 게낚시의 「전통」을 세운 낚시꾼이 바로 李경수(70)옹이다.
李옹은 어린시절 고집을 부려 어렵사리 중학교에 진학했으나 학비는 엄두도 못냈다.
『나는 좋아서 낚시에 입문한 사람이 아니야.나는 학비를 벌기위해 낚시를 했거든.특히 게낚시를….』 어린 이경수는 간척지에나가 게를 낚았다.
한 발쯤 되는 싸릿대를 구해 끈으로 낚싯줄을 만들었다.거기에바늘 20여개를 달고 바늘마다 개구리 뒷다리의 껍질을 벗겨 미끼로 꿰고 돌을 달아 바다에 던졌다.
한참을 기다렸다 후다닥 줄을 잡아채면 대여섯마리의 게가 낚여나왔다.그가 게낚시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 게라는놈은 사람을 보면 미끼는 물지 않고 도망쳤다.그런데 이상하게도낚시줄에 빨간 헝겊을 달아 놓으면 도망치지 않았다.그 뒤부터 연백평야 간척지의 게낚시에는 빨간 헝겊을 다는게 유행이 됐다.
서울에서 온 「낚시신사」들이 이 꼬마낚시꾼에게 매료되곤 했다. 『얘야.네가 쓰는 그 낚싯대와 내 낚싯대를 바꾸자.』 바로「도자꾸」(東作)낚싯대였다.
『아무리 좋은 낚싯대라도 미끼를 잘 써야 되는 건데….』 아이들은 동네아주머니들이 잡아주는 새우를 미끼로 썼다.
그러나 연백까지 온 서울 아저씨들은 지렁이를 미끼로 쓰는 바람에 고기가 제대로 낚이지 않았다.
6.25로 가족과 뿔뿔이 흩어진 李씨는 서울 장사동에 정착했다.그뒤 그는 견지낚시에 빠져 어린시절 연백 게낚시의 추억속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곤 했다.
方元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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