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한줄] “그 사람 글이 번역되지 않은 채 해설서가 난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대부분의 글(평론)들이 프랑스의 한 정신분석학자를 원용하고 있어서 매우 놀랐다. 하나는 세계에 널려 있는 수많은 이론들을 마다하고 오로지 한 먹이감에만 집중하는 이 거대한 편식증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의 글이 번역되지 않은 채 해설서가 난무하는 상황이니, 짐작하건대 ‘그가 말했다고 한다’고 써야 할 것 같은 대목에서 한결같이 ‘그는 말했다’고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진 문학평론가 정과리의 비평서 『네안데르탈인의 귀환』(정과리 지음, 문학과지성사, 296쪽, 1만3000원) 서문에서.

“이 지방에서 남자의 음식이란 닭대가리, 햄의 기름, 돼지피로 만든 푸딩, 생고추와 생마늘, 춤보(chumbo), 딱딱한 빵과 진한 와인을 뜻했다. 남자의 음식을 먹어야 남자다운 덕목들을 키울 수 있고, 그런 음식은 하루 중 이른 시간에 먹을수록 더욱 효과가 있다고 했다.”

-영국인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외진 마을에서 정착하는 과정을 담은 산문집『안달루시아의 낙천주의자』(크리스 스튜어트 지음, 신소희 옮김, 눌와, 356쪽, 1만2000원)에서.

“나는 그 원고봉투를 개봉한 다음 한국의 어느 외진 산간지방의 해병대 초소 불빛 밑에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고기와 씨름한 뒤 그것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상어와 투쟁하는 한 늙은 어부에 대해 감동적으로 써놓은 이야기였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겸 편집자 제임스 미치너의 글쓰기 『작가는 왜 쓰는가』(제임스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예담, 256쪽, 1만2000원)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지은이가 초소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교정 원고를 읽는 장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