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핵 ‘분리신고’ 절충 가능성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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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사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12일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 형태에 대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며 핵 신고 형태를 놓고 북한과 절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3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리는 북·미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떠나기 직전 상원 청문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힐 차관보는 이같이 밝혔다. 또 “우리는 실현 가능한 방안을 갖고 있으며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 말해 ‘유연해진’ 신고안을 북한에 제시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번 회동은 북한 측 제의로 성사된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 대한 검토를 끝냈을 가능성도 암시했다.

힐 차관보의 이 발언은 본지 보도(1월 29일자 3면)를 계기로 알려진 미 대북 협상파의 ‘분리 신고안’ 등 핵 신고 절충 가능성을 처음 공개 시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 진전의 최대 걸림돌인 북핵 신고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생겼다.

워싱턴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유연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플루토늄 현황은 신고서에서 밝히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HEU)과 핵 확산 문제는 별도로 비공개 신고를 하거나 북·미 간 입장을 병기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분리’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미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존재 자체를 부인해 온 HEU와 시리아 핵 확산 의혹을 신고서에서 (플루토늄 문제와) 분리시키는 게 북한의 체면을 살려 주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는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를 진정한 위협으로 보는 반면 HEU와 핵 확산은 과거 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고 형태의 유연화는 협상의 촉매일 뿐이고 관건은 북한의 신고 내용이다. 미국은 신고 형태와 관계없이 내용만큼은 완전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힐 차관보도 이날 “형태의 유연성이 핵 신고 내용의 유연성을 뜻하는 건 아니다. 신고의 본질은 완전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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