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투신 基金펀드 환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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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만기가 돼 맡겨두었던 돈을 찾겠다는데 그걸 거절하는 것은 무슨 경우입니까.그것도 금융기관끼리 말입니다.』 투자신탁회사에맡겨두었던 돈의 신탁기간이 끝나 돈을 찾으러 갔다 거절당한 모시중은행 관계자의 울분섞인 말이다.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신탁.신한등 6개 시중은행은 90년 5천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한국.대한.국민등 3개 투신 사에 맡겼었다.기금펀드로 불리는 이 자금은 시중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조성했다기 보다는 89년12.12조치로 급작스럽게 늘어난 투신사의 차입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요청해 만들어진 것이다.
설정 당시의 만기는 94년5월25일.지난해 만기가 돌아오자 정부는 펀드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 나갈 경우 증시에 충격을 준다는 이유로 절반(서울신탁은행만 30%)만 은행에 되돌려 주고나머지 3천6백26억원은 만기를 1년간 연장했었 다.그 돈을 되돌려주기로 한 26일 은행들은 투신사에 돈을 인출해 줄 것을요청했지만 반응은 1년전과 같은 것이었다.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그돈으로 사두었던 주식(1천억원 내외규모)을 팔아야 하는데요즘 증시상황으로는 곤란하다는 것 .여기에 재정경제원까지 가세해 은행측에 만기연장 압력을 행사했다.상황이 이지경에 이르자 은행측의 반발이 거세졌다.제일은행등 최근 자금사정이 좋지않은 곳은 당장 돈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며 26일 밤늦도록 투신사 사무실을 지키기도 했다 .일부 은행은 맡겨둔 돈의 수익률이 증시침체로 지난해말이후 최근(25일현재)까지 2~20%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니 차라리 돈을 찾아 직접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별로 자금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꼭 연장을 해야 한다면 3개월이 지나거나 수익이 원본의 10%이상 나면 환매를가능토록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반면 투신사측은 만기를 1년 연장하고 6개월 이후에나 환매가 가능토 록 하자는입장이다.
만기를 이틀이나 넘긴 27일 투신사 임원들이 돈을 맡긴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조정을 시도했지만 이같은 입장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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