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맞춤형 서비스 ‘일임자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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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기성복이 판을 치더라도 맞춤복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합니다. 자산운용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용회사의 일반공모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일임자문사의 일임서비스는 맞춤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임자문은 펀드매니저가 자금을 대신 운용한다는 점에서 펀드와 같지만 자금집합체(펀드)가 아닌 개인 계좌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펀드와 다릅니다. 따라서 고객별 취향에 맞춰 다양한 방식의 운용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최대손실 허용 폭을 정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주식투자 비중을 0%에서 100%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자산배분 전략, 공모펀드에서는 불가능한 소수종목 집중 투자를 통한 고수익 추구 전략도 가능합니다. 유연한 운용서비스도 서비스이지만 소위 ‘재야 고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일임자문사의 강력한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점망이 없는 자문사가 개인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은 펀드매니저의 인맥 또는 타 금융기관의 지점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일부 증권사 지점은 주식매매 주문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고객과의 일임 분쟁을 사전에 회피할 수 있는 효과까지 있어 자문서비스 알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루트는 은행에서 거액 자산가만을 특별 관리하는 PB(프라이빗 뱅크) 지점입니다. 다양한 옵션을 부여한 일임자문펀드를 설계한 후 특정 금전신탁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지점고객에게 일임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맞춤식 일임자문펀드는 유용성과 더불어 위험성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특히 고수익 추구형 일임자문은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하므로 손실위험이 일반펀드보다 큰 편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운용조건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또 투자 가능 최소 규모가 일반펀드보다 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자문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000만원 혹은 1억원은 넘어야 일임자문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큰 리스크는 자문사의 운용능력을 공식자료를 통해 사전에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 운용회사처럼 운용펀드의 성과가 공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반가운 일은 미국 공인재무분석사(CFA) 한국지부 주관으로 ‘국제운용성과기준’이라는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임자문사에 대한 신비감은 줄어들지 몰라도 고객들이 객관적인 운용 성과자료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이 트이게 될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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