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얘기 담은 "퍼스널진" 발간붐-美서 5만여種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더그 홀랜드라는 젊은이는 친구들과는 달리 절대로 데이트도 하지 않고 어머니와의 관계도 시큰둥하다.그는 영화관도 늘 혼자서 찾고 기차를 타고 종착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거나 방에서 바퀴벌레를 잡는 일이 취 미다.홀랜드는 그러면서도 이 세상사람들이 자신의 생활방식을 알아주기를 은근히 바란다.그래서 그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매달 자신의 일상을 일기형식으로 담아내는 얄팍한 잡지였다.이처럼 미국에서는 주류문화에 식상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 위 「퍼스널진(Personalzine)」이 붐을 이루고 있다.소수의 낯선 사람들과 삶의 기쁨과 슬픔을 나눠갖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이런 유의 잡지는 현재 줄잡아 5만여종.5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홀랜드가 발행하는 잡지 『감상적인 삶(Pathetic Life)』은 3달러에 팔리고 있으며 세스 프리드먼이라는 사람이 발행하는 『팩트시트 파이브』라는 잡지는 미국 굴지의 서점체인인 밴스 앤 노블에서도 당당히 팔리고 있다.이 잡지는 잡지관련기사나 잡지리뷰만 싣는 전문성이 인정받아 이름을 얻고 있는 것이다. 「퍼스널진」의 역사는 기성 사회체제에 반발해 펑크 록이 성행하던 지난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그러나 본격적으로 「퍼스널진」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들어 데스크톱(Desktop)출판이 선을 보이면서였다.
잡지출판비용은 기껏 몇백달러.「퍼스널진」을 펴내는 이들은 그만한 돈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전파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면서 『퍼스널진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표현물』이라고 옹호한다. 鄭命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