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돈으로 산 독일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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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독일이 통일된지도 벌써 4년이 가까워 온다.『통일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우리도 몰랐어요』는 당시 많은 독일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다.
사실 통일전의 서독.서독인들은 내심으론 재결합을 소원했지만 이를 멀리 대비하는 통독책을 집요하게 추진하면서 겉으로는 통일이라는 말을 결코 쓰지 않았다.
여기서도 매우 합리적이고 꿍꿍이 속이 깊은 독일인들의 삶의 태도가 드러난다.해봐야 소용없는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독일통일은 세가지 요인이 갖추어졌기에 가능했다.첫째는 옛소련과 프랑스가 반대하지 않았고,둘째는 동서독인들이 함께 통일을 원했으며,셋째는 서독이 통독을 감당해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지녔 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를 환 영했던 당시의 서독은 소련과의 국경 불변경을 거듭 다짐하면서 고르비정권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에 대해서는 독일은 핵무장을 하지않고 프랑스가 주도하는유럽통합운동에 돈줄을 대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폴란드에 대해서도 獨-波조약을 체결한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계속하면서 국경선 불변경을 거듭거듭 약속했다.
서독이 이와같이 이웃국가들에 어찌보면 「봉」노릇을 하면서도 나치독일을 용서받고 잊게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라인강의기적」으로 이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에 있는「역사의 집」(통일기념관)에 가 보면 루르광산촌에서『작업중에 담배피우지 말라』고 고함치는 노무반장의 사진이 유별나게 클로스업 돼온다.아데나워시대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던 독일의 모범적인 노사협력관계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통일 4년을 맞은 독일은 앞으로도 6년여를 舊동독지역에 사회간접자본 구축을 위해 매년 1천5백억마르크씩 쏟아 부어야 한다.독일인들은 지금 「통일세」조로 통일전에 내던 세금에다 7%를더 얹어 내면서도 그리 큰 불평을 하지 않는다.
중부 유럽의 열강이 됐다는 흐뭇함 때문일게다.
〈국제교과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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