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용지부담금 특별법 거부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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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특별법’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전국 26만 가구가 4600억원의 부담금을 돌려받게 된다. 국민이 잘못 납부한 돈을 돌려받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은 국회의 변칙적인 입법 행태와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의 산물이란 점에서 문제가 많다.

특별법은 아파트 분양자에게 학교 짓는 비용 일부를 내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법이 소급 적용을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흔든다는 점이다. 부담금 환급 소송을 내지 않은 사람에게도 모두 돈을 돌려주도록 한 것이다.

헌재법은 원칙적으로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니 특별법이 공포되면 유사한 환급 소송과 입법이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토지초과이득세의 경우 위헌 결정을 받았지만 미환급액 7365억원을 소급해 돌려주진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이유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국회는 재의 표결을 하는 대신 일부 문구를 수정한 새 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지방정부를 환급 주체로 하되 중앙정부가 이를 교부금 형태로 전액 보조해 주는 조항을 넣고 새 법이라고 포장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꼼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의식한 변칙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한술 더 떠 이런 법을 그대로 수용했다. “국민을 섬긴다면서 국회 결정을 두 번이나 거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유사 입법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이번만 예외로 수용하자”는 게 이유고 명분이었다. 그러나 변명치곤 옹색하고 무원칙하기 짝이 없다.

일부 국무위원은 특별법이 문제가 있고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마땅히 특별법을 거부했어야 옳다. 법을 만드는 데 예외라는 단서가 달려선 안 된다. 원칙은 어렵더라도 지켜져야만 법치를 이룰 수 있다. 국회도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유사 입법은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