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2.논점 세우기-명백한 결론을 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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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번에 개각이 있습니까.』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본인이 말할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기자와 여당 책임자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이다.이 대화에서 기자가 물은것은 개각 단행 여부이지 개각이 누구의 권한인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처럼 논점을 회피하는 대화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유용할 때가 있다.그러나 논술에서 이런 식으로 논점을 벗어난 주장을 한다면 그 답안은 낮은 점수를 면할 수 없다.
94학년도 서울대 논술시험에「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에 대해 설명하라」는 논제가 출제된 적이 있다.채점교수에 따르면 상당히많은 학생들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설명하기보다는 사회주의의 모순을 지적했다고 한다.
프랑스 바칼로레아에서 출제된「사회에서 폭력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논제를 예로 들어 보자.이 경우에도 폭력의 잔인성만을 지적했다면 논점을 벗어난 답안이 된다.논제가 요구하고있는 것은 폭력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있다면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또 정당화될 수 없다면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가를 설명해야 한다.
양시.양비(兩是.兩非)론도 논점을 벗어나는 대표적인 경우다.
논술은 명백한 결론,주장을 요구하지 듣기 좋은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등학교 교과서에 많이 언급되는 주제중「자유와 평등」을 예로 들어 보자.이 주제로부터 「자유와 평 등 중에 어떤 요소가 사회적 원칙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논제가 출제될 수있다. 이 논제의 결론으로는 당연히 자유와 평등중에 하나를 결론으로 제시해야 한다.그 근거가 충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떤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학생들은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경우가 있 을 수 있다.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혹은『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대답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 논제는 「양자가 조화되도록 노력해야 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답은 논점을 벗어난 것이 된다.
글을 쓸 때는 논점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어떤 결론으로 끝맺음을 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음 주에는「시사문제에서 철학적 논의를 찾아라」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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