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稔 노동부장관 임명 배경-지방선거겨냥 全北출신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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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4일오전 대만을 방문중인 진념(陳稔)前동자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 노동부장관에 임명됐음을 통보했다.이형구(李炯九)노동부장관의 문제가 터져나온지 만 하루만에 사표수리와 신임장관 인선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신속한 인사조치가 이뤄진 것은 대형 노사분규의 와중에 주무장관 자리를 오래 비워놓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더구나 金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현직장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상황에서 시간을 끌수록 상처만 덧나게 돼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빠른 사태수습만이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청와대가李장관의 사표를 간접적으로 종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12월23일 이홍구(李洪九)내각이 출범한지 5개월만에4명의 각료가 경질됐다.김덕(金悳)통일부총리는 안기부장시절 지자체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가 문제가 됐고 김숙희(金淑喜)교육부장관은 월남전과 6.25에 관한 발언으로 해임됐 다.서상목(徐相穆)보건복지부장관과 李장관은 사표가 수리된 경우다.金대통령은여론에 대단히 민감하다.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면 해임시킨 전례에 비추어 李장관은 비교적 가벼운 조치를 받은 셈이다.
金대통령은 비서진이 李장관 문제를 보고하자 몹시 안타까워했다고 한다.청와대에서도『李장관이 일은 잘했다』고 평가한다.더구나장관 재직시의 비리도 아닌데다 드러난 것도 대부분 새정부 이전의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음직하다.노동부장관 후임 인선 과정에서경제관료 출신을 찾은 것도 李장관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또 현재 노사분규를 해결하는 데는 결단력과 경제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뒷받침됐다.
신임 陳장관은 고향이 전북부안이다.李내각에 첫 전북출신 장관이 탄생한 것이다.청와대에서는 23일저녁 李장관의 사표수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후임 노동장관에 「전북출신의 전.현직 경제관료」라는 얘기가 나왔다.지방 선거에서 전북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15일 경기도 출신인 이성호(李聖浩)의원을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일종의 지역안배다.金교육부장관 후임에 박영식(朴煐植)前연세대총장이 들어선 것도 내각에 연세대출신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인사였다는 후문이다.
金대통령은『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있는 현실정치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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